요즘 하도 욱~!하게 만드는 기사들이 많아서 몇 년 만에 포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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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청소년 폭력의 원인이고 어린 학생들을 중독시켜서 피폐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게임을 규제해야하고 게임 이용을 제한시켜야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규제 대책이 쏟아지고,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그런데 게임이 폭력적이다라는 행태의 중요한 주체가 빠져있다.
바로 부모다.
아이를 양육하고 올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주체는 부모다. 아이는 부모의 허락이나 제한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아이는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 게임 타이틀을 구입하고 게임 계정을 결제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 부모든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아이가 얼마나 게임을 하고 있는지, 정말 중독 수준인지 부모는 모를 수 있을까?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 공원에 가서 놀다가 집에 올때쯤 되면 아이는 집에 가기 싫어 한다. 더 놀고 싶어 하고 조금만 더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하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지금까지 몇 개의 놀이기구를 탔으며, 몇시간을 놀이 공원에 있었고, 아이의 컨디션은 어떤지, 집에 장난감이 몇 개 있으니 더 사줘도 괜찮은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아이의 말대로 좀 더 놀다가 갈지 아니면 아이를 달래서 집으로 가야할지 결정한다.
자녀가 게임을 한다.
부모는 자녀가 무슨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게임 내에서 아이의 목표는 무엇이고, 현재 게임 내 캐릭터의 상태는 어떻고,아이가 게임 내 커뮤니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아이템은 어느 정도나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게임을 더 진행해야 원하는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부모가 많을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게임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많이 하면 폭력적이 되고 반항적이 되고 공부를 못하게 되고, 그래서 게임을 될 수 있으면 조금 시키려 한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내 아이의 상태를 알고 있을까?
요즘 부모들은 바쁘다.
일로 바쁘고, 취미로 바쁘고, 친목으로 바쁘다.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진행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공부만 시킬 수는 없다. 아이도 여가 시간을 주어야 하고 쉴 틈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아이와 놀아주기에는 부모는 바쁘고 귀찮다. 아이는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은 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을 가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아이 혼자 한다.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면 아이는 좋아한다. "게임 1시간 했으니까 이제 공부해야지." 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더 하고 싶다고 조른다. 역시 게임은 나쁘다. 아이를 공부하지 못하게 유혹하고 있으니까.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몸으로, 말로 놀아주고 함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좀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귀찮아 한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것은 매우 편하다. 아이도 좋아하고, 바로 게임을 끄고 학원을 보낼 수도 있고 공부를 시킬 수도 있다.운동장에 가서 같이 운동을 하면 땀도 나고 샤워도 해야하고 컨디션도 신경써야하는데, 게임은 아이 혼자 알아서 한다. 참 편하다.
게임은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의 5가지 요소 고려하여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18세 이상 이용가능)으로 구분 된다.게임은 이러한 등급 심의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부모는 내 아이가 연령에 맞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신경을 쓰고 있을까? 연령에 적합한 게임을 하고 있지만 내 아이한테 맞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는지 신경을 쓰고 있을까? 기사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폭력성이 높은 게임들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아이들은 할 수 없는 게임이다. 내 아이가 하고 있는 게임의 이용 등급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것은 뉴스와 기사에서 알려진 것처럼 나쁜 영향만 있는 것일까? 게임을 하면 폭력적이 되고 중독되어 폐인이 되는 것일까?
게임은 게임의 장르에 따라 일정한 룰을 가지고 있다. 같은 룰을 적용 받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가상의 공간에서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 낸다. RPG게임이라고 불리는 역할 분담 게임의 경우 분업화와 효율화를 알려준다. 자기가 맡은 역할을 적절하게 잘 수행해야지만 보상을 얻을 수 있고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다. RTS라고 불리우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수행해야 한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멀티테스킹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 FPS라고 말하는 일인칭 슈팅게임의 경우 상황에 따른 순발력, 팀웍, 동료애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게임은 가상 현실이다. 말그대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거의 흡사하게 경험할 수 있다. 싼 물건을 비싸게 사서 바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물가가 싼 지역의 물건을 사서 비싼 지역에 가서 팔아 시세 차익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 친구에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하거나 해킹과 같이 불법적인 일들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을 통해서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을,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현실에서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이를 통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개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사업이다. 수익을 추구하고, 돈을 벌기위해서는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는가가 게임의 수익이나 수명과 연결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 몰입하는 요소를 통제하는 장치들은 이미 수많은 법규와 규제를 통해서 제한받고 있고, 이용연령에 따라 적절한 사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매일 매일 쏟아지는 규제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넘치도록 규제하고 있건만 왜 또 다른 규제가 생겨나고 법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법규를 만들고 규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법규와 제제가 그들이 말하는 게임 중독, 게임으로 기인한 폭력성을 완전하게 예방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매우 간단하게 아이들은 부모나 형제, 친척 또는 인터넷으로 구한 주민번호를 통해 손 쉽게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내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수돗물의 상수원이 오염되었는데 상수원의 오염을 제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정수기 필터만 교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정수기가 없는 집이나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집에는 아무 소용없는 대책들만 내놓고 있다. 어떤 필터가 더 잘 정수 할 수 있는지 저마다 광고 하느라 바쁘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모두 바보다.
자기 자식을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밤 12시가 되면 게임을 못하게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접속을 종료 시킨다.
부모들은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등급을 가진 게임을 자녀가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러니 게임을 규제해야하고 더 엄격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게임은 위험한 물건이고 부모는 그 위험한 물건으로 부터 자녀를 지킬 수 없으니.
서두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게임의 폭력성, 게임 중독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과 모든 청소년은 같지 않다. 조숙한 아이도 있을 수 있고, 또래보다 덜 성숙한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자제력이 매우 뛰어날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자제력이 매우 약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는 겁이 많고 어떤 아이는 용감하다. 그렇다면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부모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대한민국의 게임 관련 규제와 법규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모두 바보들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이와 이야기 하지 않고, 아이를 모르고, 아이가 하고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부모가 모르니 국가가 나서서 규제해야한다고 말이다.
결국 부모만이 아이를 게임으로 부터 지킬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엄마 아빠가 바쁘니까, 부모님이 돈 버시느라 힘드니까, 다 나 잘되게 하라고 하는거니까, 부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려고 부모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내 아이가 하고 있는 게임을 같이 해봤는지, 그 게임이 뭐가 재미있는지, 왜 인스턴스 던전에 파티로 들어갔고 내가 사제인데 게임을 당장 못 끄는지. 게임을 해보고 아이가 왜 게임이 재미있다고 느끼는지 부모가 알지 못하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말밖에 없다.
놀이 동산에 가면 아이가 무서워하는 놀이기구를 부모는 같이 타준다. 같이 타보고 아이에게 맞는 놀이기구인지 아이가 타기에는 너무 무서운 놀이 기구인지 판단하고 아이에게 설명해준다. 아이가 매일 게임만 한다고 혼내지 말고 부모가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물론 처음 접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정보를 학습해야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내 아이가 나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고, 게임 내에서 내 캐릭터를 지켜주고, 나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노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아이를 이해하고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이해한다면 뉴스나 기사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게임으로 아이가 삐뚤어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기대해본다.